# 제텔카스텐 > 숀케 아렌스, "제텔카스텐", 김수진 역, _인간희극_, 2023. 제텔카스텐은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메모 방법이다. 다작을 한 것으로 유명한데, 그 비결은 그가 가진 특유의 메모법으로 추정된다. 루만에게는 메모 상자가 두 개 있었다. 하나는 서지정보와 문헌의 내용에 관한 짧은 메모를 모아둔 '서지 메모 상자'였고, 다른 하나는 본체에 해당하는 것으로, 주로 독서한 내용에 대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만들어내는 역할을 안 '주 메모 상자'였다. 그는 무엇이건 읽을 때마다 카드 용지 한쪽에 서지정보를 적고, 뒷면에는 읽은 내용에 대한 짤막한 메모를 남겼다. 이 메모는 서지 메모 상자에 들어갔다. 그리고 얼마 뒤에는 짤막한 메모를 훓어보면서 그의 고유한 생각, 직접 창작한 글과 관련성이 있는지 따졌다. 그런 다음 빈 종이에 자신의 아이디어와 논평, 생각들을 적고 '주 메모 상자'에 넣었다. 새로 메모를 할 때는 기존 메모들을 참고하면서 작성했고, 그 참조를 명시적으로 언급했다. 메모에는 네 종류가 있는데, 이 유형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: - 임시 메모: 불현듯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한다. 말그대로 임시 메모이기 때문에 형식이나 완결성은 따지지 않는다. 하루 이틀 뒤면 폐기할 것이다. - 문헌 메모: 무언가를 읽으면 그 내용과 서지 정보를 메모한다. 선별적으로, 아주 짧게, 내용은 자신만의 표현으로 적는다. 베껴 쓰는데 집중하지 말고, 그 의미를 파악하면서 적는다. 이러한 문헌 메모는 '서지 메모 상자'에 넣어둔다. - 영구보관 메모: 정기적으로 임시 메모와 문헌 메모를 살펴보면서 자신의 생각과 유의미하게 관련되는지 따져본다. 이때 메모를 보며 끊임없이 질문한다: 새로운 정보가 이미 가진 것과 모순되는가? 이를 수정하거나 뒷받침해야 하는가? 여러 아이디어를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는가? 이 메모는 완결적으로, 명확하게 작성하며, '주 메모 상자'에 영구보관한다. - 프로젝트 메모: 특정 하나의 프로젝트에만 관련된 메모다. 프로젝트별 폴더에 보관하며, 프로젝트가 끝나면 폐기할 수도 있다.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문헌들, 초안, 해야 할 일, 개요 등이 포함될 수 있다. ::: NOTE 책에서는 임시메모, 영구보관용 메모, 프로젝트 메모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데, 나는 '서지 메모 상자'에 들어가는 문헌 메모를 별도 유형으로 구분했다. ::: 어떤 주제를 두고 하향식으로 브레인스토밍하는 것이 아니라, 메모 상자를 살펴보면서 상향식으로 아이디어를 쌓는 것이 좋다. 처음 생각한 주제와 아이디어에 매달리지 않고, 메모를 살펴보며 유연하게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. 루만의 메모 상자는 선형적이었다. 즉, 메모를 내용의 카테고리에 따라 트리 형태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, 메모 상자에 넣은 순서에 따라 링크드리스트로 연결한다. 이렇게 해야 메모가 맥락을 얻을 수 있고, 하나의 메모를 보면서 그와 관련된 다른 메모를 우연히 발견할 수 있다. 메모를 카테고리에 따라 분류하면 집단지성이 사라진 개인 위키피디아가 된다.